야곰아카데미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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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곰아카데미 회고

2021.06.14

캠프: 야곰아카데미 1기
캠프 기간: 2020.11 ~ 2021.04 (6개월)

 캠프가 끝나고 한 달이 더 흘러서야 회고를 작성한다. 캠프가 끝나고 조금 쉬고 싶기도 했고 학교 졸업, 기념일 등 미뤄둔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보내야했다. 그래도 더 늦지 않게 지난 날들을 돌아보게 되어서 다행이다.

 캠프에서 보낸 6개월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코로나의 여파로 캠프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과 화면 속에서 만나서, 서로 닉네임을 부르는 그 어색한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나 싶다. 그래도 매일같이 디스코드에 모여서 떠들고 같이 고민하며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늘 많이 도와주고 함께해준 동기들, 야곰, 지니, 코지, 리뷰어 분들께 감사하다. 캠프는 끝났지만 끝난게 아니니 앞으로도 감사할 예정이다.


💻 갑자기 프로그래밍?

 내가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한 것은 작년 여름, 아이패드로 접하게 된 ‘플레이 그라운드’에서 였다. 나는 영상을 전공하는 (컴퓨터)비전공자이며 프로그래밍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내가 코드를 작성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 동안 프로그래밍은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 어려운 분야라고만 생각해왔는데 내가 직접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는게, 키보드가 아닌 코드로 캐릭터를 움직이는게 나는 그렇게나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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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나는 아주 짧은 시간에 프로그래밍에 매료되었다. 과장을 보태서 나는 이 만남이 정말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희열감이 짜릿했고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코드를 쌓아가는 과정 역시 매력적이었다. 영상을 만드는 창작과는 또 다른, 개발이라는 창작은 나에게 매우 이상적으로 느껴졌다. 다행히 마침 개발자가 핫한 직업으로 떠오르는 시기라 이 분야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

 호기심에 시작된 관심은 꽤나 깊어지면서 제대로 iOS 개발을 배워보고자 교육기관이나 스터디 등을 찾아보았지만 내가 살고있는 부산에서는 마땅한 기회가 없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학교 졸업까지도 좀 남았고 그냥 혼자서 해볼까하며 마음을 추스리는 찰나에 정말 운이 좋게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야곰 아카데미 공고를 보게 되었다. 유일한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어 가격이 부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지원했다. 훗날 듣게 되었는데 지원자가 꽤 많았다고 한다. 어떻게 내가 합격하게 되었는지.. 야곰 아카데미에 오기 까지는 여러모로 운이 따랐던 것 같다.

 영화 촬영장도 아니고 프로그래밍 부트캠프라니.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실 캠프가 시작된 11월까지도)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촬영 현장을 다니던 나에게는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빠르게 바뀌어도 되나 싶었는데 그때는 무조건 해야하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 그리고 진로를 덥석 바꾸기 전에 나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야곰 아카데미

 결과적으로 야곰 아카데미는 나에게 아주 감사한 경험이었다. 언급한대로 많은 운을 거쳐서 만난 인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혼자서는 경험해보지 못할 프로그래밍 경험을 진득하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 나의 첫 프로그래밍을 이 곳에서 했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말들은 모두 캠프가 끝난 후의 감상일 뿐, 그 과정 속의 시간들은 매우 투박하고 치열했다.

 처음에는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숨이 막혔다. 나 빼고 다들 너무 잘하는 것 같고, 또 빠르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몹시 벅차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정말 아는 것이 없어서 모르는 것을 찾아보면 모르는게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끝없이 생겨났다. 플레이 그라운드에서 느꼈던 희열과 짜릿함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하나라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집념이 요구되었고 잠을 줄여가며 맥북을 잡고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TIL과 일일회고를 꽤 열심히 썼는데 일일회고에 가장 많이 썼던 말은 ‘오늘도 포기하지 않았다.’인 것 같다. 벅차게 진행되는 학습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소화하는 과정이 힘들긴 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처음 해본다는 이유로 ‘나는 잘 몰라요’라는 태도로 투지없이 꼬리를 내리거나, 어떤 핸디캡을 기대하는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이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 기록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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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에서 나는 핀볼 게임의 공이 된 것 마냥 시작하자마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하지만 정신없이 얻어맞기만 하고 있는 이 상황이 불만족스러웠다. 나에게는 공략법이 필요했다. 스스로 이 게임(캠프)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다행히도 어릴적 핀볼 게임을 좋아했던 나는 그 공략법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핀볼 게임은 죽지만 않으면 점수는 올라간다. 공략법을 몰라서 점수가 느리게 오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끝까지 구멍에 빠지지만 않으면 여러 가지 시도 끝에 결국 효율적인 득점 루트를 터득하기 마련이다. 죽지만 않으면, 죽지 않아야 공략법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이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캠프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내가 캠프에서 처음 설정한 목표는 TIL(Today I Learned) 을 꾸준히 쓰는 것이었다. 가장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성실하게 쓰고 싶었다. 그리고 캠프가 끝날 때까지, 끝나고 난 후에도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TIL을 꾸준히 써나가고 싶었다. (이 때의 다짐 때문인지 아직도 틈틈히 잘 쓰고 있다.) 보조 바퀴와 같은 것일까. TIL은 하루하루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날도 TIL을 쓰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해야할지가 신기하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복잡한 이유로 TIL에 소홀했던 기간에는 거짓말처럼 하루하루가 틀어지기도 했다. 야곰이 왜 그렇게 TIL을 강조했는지 캠프의 절반이 지나고서야 차츰 깨달을 수 있었다. TIL이야말로 내가 포기하지 않고 달리게 해준 1등 공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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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나무 TIL 보러가기

 TIL을 작성하면서 생긴 기록하는 습관은 블로그 글쓰기와 공유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TIL에서 단련한 글쓰기는 분명 블로그 글쓰기에 도전하는데에 큰 발판이 되었다. 사실 아무리 고민해도, 아무리 공부해도 그 날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았다. 아마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결과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TIL에는 파편적으로 기록이 이루어졌다. 이게 불만족스러워서 작성일자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별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블로그 작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TMI: 블로그 이름 ‘아낌없이 주는 오동나무’는 캠퍼 꼬말이 지어준 이름이다!) 사실 노션이나 에버노트에 기록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캠퍼들과 TIL을 공유하면서 다른 글에서 도움을 받거나,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 희열감이 좋았기 때문에 공유의 장에 나도 기여하고 싶었다. 훗날 블로그를 본 누군가가 감사 인사를 전해온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리고 공유를 함으로써 더 꼼꼼한 공부와 책임감있는 글쓰기를 하게 되는 것이 좋았다. 블로그는 글을 쓰는 그 순간의 나에게도, 훗날 글을 다시 보는 나에게도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같다.


👨‍👩‍👧‍👦 다양한 개발자와의 소통

 캠프의 최고의 장점을 꼽으라면 동료 캠퍼들과, 리뷰어들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내가 혼자보다는 부트캠프를 선택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다. 프로그래밍과는 접점이 없었던 내가 어디서 이렇게 많은 개발자들과 섞여서 성장해볼 수 있었을까.

 초반에는 어떻게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 조차 힘들었는데 다른 캠퍼들과 리뷰어에게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질문을 정말 많이했던 것도 같다. 아마 몇몇 사람들은 나를 ‘질문 많이 하던 캠퍼’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초반에는 질문만 해대는 것이 스스로 미안했는지 TIL 마지막에 ‘나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캠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라는 말을 꽤 많이 적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내가 아는 것이든 모르는 것이든 질문을 받는 자체로도 좋은 공부가 될 때가 많았기에 꼭 민폐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디 내 질문들도 캠퍼들에게 유효했기를! (나에게도 누가 질문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 ㅎ) 모르는 것을 물어본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 교류나 소통이 이루어졌다. 다양한 주제로 캠프 내에서 세션이 진행되기도 하고, 모여서 WWDC를 보기도, 그냥 이유없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시간들도 많았다. 이렇게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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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다른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진짜 묘미는 팀 프로젝트와 코드 리뷰에 있었다고 본다. 야곰 아카데미에서는 6개월 동안 1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코드 리뷰와 개발자의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더 나은 방향’ 의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서 6개월 내내 끊임없이 소통해야 했다. 페어 프로그래밍과 팀 프로젝트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지,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했다. 당연히 배려는 기본이었지만 배려만 한다고해서 항상 더 좋은 방향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개발자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물론 우리가 주고받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시시한 고민거리였을지라도 끊임없이 주고 받는 과정에서 우리는 소통하는 방법을,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팀원과 코드 작성을 마치고 PR을 보내면 현업자 리뷰어의 코드 리뷰를 받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해주고, 꼼꼼한 질문들을 통해서 이유 있는 코드 를 작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개발자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장점이었지만 가끔은 독이될 때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캠퍼들이 경험했을 것이고, 다른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역시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프로젝트가 힘들어서도 아니고, 바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것” 때문이었다. 캠프 초반에는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곤 했다. 더 잘하고 싶고, 얼른 따라잡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나보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비교가 부질없음을 꽤나 빨리 깨우친 것도 같다. 아마 야곰이나 리뷰어분들이 해준 조언들이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그때 왜 그렇게 악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평온한 마음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나’가 되면 된다. 그 방향도, 속도도 각자 다르기에 애초에 이것은 다른 게임이고 각자의 레이스일 뿐이다.


🙋🏻 너도 선생님, 너도 선생님, 나도 선생님

 야곰 아카데미 오리엔테이션에서 야곰이 했던 말이 인상깊다. 조금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캠프에서 선생님은 없다는 뉘앙스였다.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여기 오길 잘했다. 여기가 찐이구나. 생각이 들었던 포인트였다.

 실제로 캠프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매주 2일 수업이 진행되었지만 학습 활동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식이었다. 그리고 야곰이나 매니저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다시 돌려줄 뿐이었다. 직접 나서지 않으면 떠먹여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 방식이 몹시 좋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스스로 질문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며 단단해져갔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도해준다면 그게 선생님이었기에 캠프에서는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누구나가 선생님이었고, 심지어 과거의 내가 나의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 마무리 글: 캠프가 끝나고

 어쩌다보니 힘들었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사실 힘든만큼 의미있고 재밌었다. 캠퍼들과 더 신나게 놀기도 할 걸 그랬다. 캠프에서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캠퍼들과 웃고 떠드는 순간들 밖에 없는 것 같다. 다들 열정도 많고 가지각색 매력도 넘친다. 얼마전이 내 생일이었는데 캠퍼들이 해준 축하가 왜 그리 반가웠는지. 야곰 아카데미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음에 정말 감사하다. 보통 ‘남는 건 동기 밖에 없다.’는 말도 있는데 야곰 아카데미에서는 동기뿐만 아니라 2기, 3기 캠퍼분들도, 야곰도, 매니저도, 리뷰어도 모두 좋은 인연으로 남아 앞으로도 언제나 소통할 수 있는게 좋다. 든든하다.

 한 가지 아쉬웠던게 있다면.. 캠프를 학업과 병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캠프 마지막 즈음에는 학교 일이 부쩍 많아져서 캠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게 정말 아쉽다. 캠프와 학업이 꼭 병행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무엇보다 6개월 전에 비해서 내가 성장한 모습은 놀랍다. 삶의 방향도 바뀌었고 태도도 바뀌었다. 나에게 좋은 출발점이 되어준 야곰아카데미에 감사하다.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원래 쪼랩(낮은 레벨)에서는 레벨 업이 빠른 법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을 뿐임을 알고 있다. 아직 한참 부족하고 배고프다. 조금만 돌아보아도 6개월 간 내가 채우지 못하고 미룬 것들이 정말정말 많다. 그래도 이제는 겁먹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스스로를 채워가며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길 진득히 기대해본다. 모두들 화이팅!

- 단단하게 성장 중인 오동나무